▲ 대전 동서관통도로가 21일 대전역 지하차도 입구에서 역사적인 개통식을 갖고 염홍철 시장을 비롯한 참석인사들이 지난 1905년 경부선 철도 건설 이후 100년 만에 다시 이어진 길 앞에서 축하 테잎을 자르고 있다. /김대환 기자
낯설은 지하차도 하나가 제 몸집보다 훨씬 큰 통로를 동편, 서편으로
냈다.
이쪽에서 보면 오랜 친구 같은 소제동이 환하게 펼쳐지고 저쪽에서 보면 옛날 도심의 흔적이 배어 있는 정동이 방긋
웃는다.
100년간 막혔던 초행길이 뚫렸다.
21일 개통식 직전 아무도 밟지 않은 동서관통도로는 어림짐작할 수 없는 희망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세기가 지나는 동안 증기기관차는 물 찬 제비같은 KTX로 옷을 갈아입었지만 경부선 철로 개설로
꽉 막혔던 동편은 해를 거듭할수록 체증만 켜켜이 쌓였다.
동서관통도로는 이렇듯 낙후된 동편 개발을 재촉하고, 원도심 활성화의 촉매가 될
만한 성장가도의 보증수표라는 것이 이날의 지배적인 수식이었다.
지난 72년 소제동에 터를 닦은 이상영(67)씨는 "대전역 지하차도 개설은
천지개벽할 만한 일이며 많은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반갑기는 관원도 마찬가지다
김종국 소제동사무소
동장은 "옛 대전탑사거리처럼 대전을 상징하는 코드로 자리잡을 것이며 소제동을 중심축으로 해 동부지역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치안을 맡은 경찰에게는 기대와 우려가 한꺼번에 토해졌다.
대전역지구대 관계자는 "원동네거리와 삼성네거리로 우회한
순찰노선이 직선노선으로 바뀌어 불편을 덜게 됐다"며 "그러나 시내버스 및 택시 승강장이 광장 안에 조성돼 이전보다 혼잡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예상했다.
웃는 사람이 있으면 우는 사람도 있는 법.
막힌 철로로 생계를 챙겼던 서편 상인들은 걱정부터 앞세웠다.
역
앞에서 6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수근(34·여)씨는 "열차와 지하철 이용객이 음식점 등 상점이 몰린 삼성로까지 이동하지 않고 대합실 바로
앞에 세워진 승강장에서 버스나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향할 것으로 보여 역 인근의 업소를 찾는 발길 감소로 인한 매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예견된 변화에 달갑지 않은 거부반응을 달았다.
눈을 탓하며 때늦은 개통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감지됐다.
2대째 소제동에
거주한 오홍균(45)씨는 "많은 눈이 내린 후에 개통해 빙판길 사고위험 등이 없지 않다"며 "공사가 끝나자마자 개통했으면 기상악화에 따른 불편도
없고 동구발전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루 종일 눈으로 얼어붙은 도심은 답답함을 호소했지만 숙원을 푼 동서관통도로 인근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힘차게 질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