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대전시 동구에서는 획기적인 조례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그동안 빚좋은 개살구로 서민을 우롱하던 "저소득층을 위한 생활안정기금"중 전세자금의 융자방식을 그야말로 서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다.
지금까지 서민들을 위해 융자해주는 전세자금의 종류는 여럿 있었다. 건설교통부에서는 최장 6년까지 연리 3%로 최고 2,800만원까지 융자해주고, 보건복지부에서는 5년 거치 5년 상환 조건에 연리 5%로 최고 2,500만원까지 융자해준다. 그리고 지금 말하는 생활안정기금은 전국의 기초자치단체들이 운용하며, 각기 그들이 정하는 조례에 따라 융자방식에 차이가 있었다.
동구는 연리가 가장 낮은 2%지만 최고 1,000만원까지를 5년 균분 상환하며, 중구는 연리 3%에 1,000만원까지를 2년 거치 2년 균분상환하거나, 2,000만원까지를 2년 거치 3년 균분상환하는 두가지 방식을 병행하고 있고, 서구와 유성구, 대덕구는 모두 연리 3.5%에 최고 2,000만원을 2년 거치 3년 균분 상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이 그동안 빚좋은 개살구였던 것은 이렇다. 첫째, 서민들의 전세자금은 월세부담이 많으면 곤란한데, 건교부를 빼고는 복지부와 5개 구청이 모두 균분상환제도를 채택하는 것이다. 따라서 1,000만원만 융자받았다 하더라도 매월 균분상환시 내야 할 원리금을 계산하면, 동구의 경우 월분납원금 166,666원+월이자 16,666원 하여 매월 20만원씩을 5년간 갚아야 하고, 나머지 4개구는 2년간 무료로 쓰다가 3년째부터 월분납원금 277,777원(2년 상환시에는 416,666원)+월이자 25,000원 하여 매월 302,777원(2년 상환시에는 441,666원)을 3년간 갚아야 한다. 물론 여기에 연리가 5%인 복지부와 대덕구의 경우, 월이자가 추가될 것은 당연하다. 월세조차 피하고 싶은 저소득층에게 균분상환제로 월부담액이 이렇게 많은 것이 서민들의 전세자금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서민들의 전세자금이라고 하면서 현실을 도외시해 온 것이다. 즉 가족해체가 늘면서 소년소녀 가장이 늘고, 고령화 추세에 따라 노인세대가 날로 늘어가는데, 각 지자체들의 해당 조례 시행규칙을 보면 10년전과 다를 바 없이 만 18세 미만과 65세 이상에게는 전세자금을 융자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이렇다보니 복지의 사각지대에 선 이들이 오로지 기대하는 것은 기초생활수급자용 영구임대아파트이다. 서민들에게 영구임대아파트와 전세자금 융자제도의 차이는, 더불어 사느냐 갈라 사느냐의 문제로, 인식상의 큰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대전의 동구가 전세자금에 관한한 이러한 문제점들을 혁파하여 개정안을 만든 것을 보면, 먼저 10년간 최고융자액을 1,000만원하던 것을 2,000만원까지로 상향조정한 것은 예사로 치더라도, 무엇보다 월부담액을 줄여주기 위해 균분상환제를 폐지하고, 또한 현실에 맞춰 연령제한도 폐지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1,000만원을 융자기준으로 할 때, 세입자는 전세기간에 매월 이자 16,666원만 내고 살면 되고, 원금은 전세계약 해지시 집주인이 상환하면 된다. 그동안 지자체로서는 손실되기 쉬운 원금보전도 용이하게 된 이러한 제도가, 때마침 몰아드는 세밑 한파속의 서민경제에 구세주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