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개띠, 늦장가, 그리고 마당쇠
 
6.2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대전 지역사회의 리더들 면면이 바뀌었다. 시장과 구청장 등 집행부 뿐 아니라 의회를 이끄는 리더들도 상당수 교체됐다. 또 지역의 일부 대학들도 새로운 총장을 선출하기도 했다. 대전지역의 새로운 리더그룹이 형성된 셈이다. 앞으로 4년, 짧게는 2년을 이끌어갈 지역사회의 ‘뉴 리더’들의 면면을 살펴봤다./편집자 주
 
황인호 동구의회 의장은 "인연은 이었지만 천륜은 아직 잇지 못했다"고 말했다.황인호 대전 동구의회 의장은 ‘58년 개띠’이면서 노총각 딱지를 2008년에야 뗐다. 대학 강단에서만 20여년을 몸담고 있다가 1998년부터 의정 생활을 하다보니 혼기를 놓친 것이다. 그러다 경로당 회장을 맡던 지인의 독신 선언한 딸과 백년가약을 맺게 됐다. 나이는 8살 아래.


황 의장은 “인연이 되려니 늦게라도 만나게 됐다”고 너털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아직 2세가 없단다. 황 의장은 “산 사람과의 만남은 인연인데 없는 사람과의 만남은 천륜이다. 천륜은 아직 잇지 못하고 있다. 노력중이다”고 전했다.


황 의장이 정치에 몸을 담은 것은 지난 1998년부터다. 당시 3대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만해도 지역에서는 자민련 바람이 거셌지만 단단한 지지 기반을 토대로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이후 줄곧 무소속으로 있다가 국민중심당 창당과 함께 정당 생활을 시작했다. 한때 단체장에 도전해 봤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단다.


황 의장은 현재 책 발간을 준비중이다. 내용은 전국의 지방의회에서 제정한 조례를 집대성하는 것이다. 이 책만 보면 어떤 분야에서 어떤 조례가 제정돼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지난 2년동안 준비했단다.


동구 토박이인 황 의장은 결혼전에만 해도 의회에 야전침대를 갖다 놓고 입법 활동을 했을 정도로 의정 활동에 열의를 갖고 있다고 한다. 가정을 꾸린 지금도 주말에는 의회에 출근해 의정 활동 계획을 머릿속에서 구상하고 있다.


황 의장은 “단체장에 관심이 많지만 무리하게 연연하지 않겠다”며 “지방 의회 발전을 위해 전국 지방의원들의 입법 활동에 도움을 주고 싶다. 현재에 충실하겠다”고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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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황 의장과 일문 일답.


- “나는 이런 사람이다” 한마디로 설명해 준다면.


“가만히 앉아서 일을 기다리지 않고, 일감을 분주히 찾아다니는 전형적인 마당쇠(=킬리만자로의 표범)이다.”


- 이유는?


“하루라도 민원이 없으면 못견디며, 민원이 있기에 내가 존재한다. 민원처리를 빨리 해주고 싶어서 그 좋아하던 여행도 끊었다. 내 머릿속은 민원처리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는 민원인들의 얼굴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2년전 50줄에 결혼하기 전에는(당시 디트뉴스가 이색적인 결혼광고 기사를 내주었는데), 일에 묻혀 의회에서 6년간이나 야전침대 생활을 하며 주경야독을 했을 정도이다. 지금도 습관이 되어 휴일에도 빠짐없이 의회에 나와 의정연구를 한다.”


- 미래를 위한 뉴리더십은 어떤 리더십이 적합하다고 보나?


“얼핏 상충되는 조합어인 〈따뜻한 카리스마〉라는 용어를 좋아한다. 진솔한 인간냄새와 신의는 조직의 유대를 강화시켜주며, 이는 곧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강력한 추진력의 기제가 된다.”




“대전 동서초의 윤석희교장님은 나를 두고 심훈의 『상록수』를 보는 것 같다고 곧잘 말씀하신다. 20년의 대학강의를 잠시 접고, 항상 민원수첩을 끼고 다니며, 박사과정까지 마친 지식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심정으로, 지역을 샅샅이 훑으며 주민들을 만난다. 그렇지만 변호사나 회계사를 쉽게 동원할 수 있는 가진 자보다, 주로 없는 자들의 대변인이 되어 주곤 했다.”


-선출직은 늘 평가를 받는다. 4년 뒤(2년 뒤) 어떤 인물로 평가 받고 싶나.


“동구의회의원을 13년째 하면서 그동안 한밭자이아파트도 탄생시켰고, 삼성동주민자치센터에 연회원이 2천명에 달하는 최상의 헬스교실도 만들었으며, 주민들을 위해 최단기간에 가장 많은 도시가스를 끌어왔다. 살기좋은 마을가꾸기 사업으로 타낸 포상금 2천만원으로는 독거노인들을 위한 무료 빨래방을 만들고, 대전시보다 앞서 웰빙현암골자전거 50대를 만들어 지역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도 해주었다. 이런 일들과 함께 금년 초에 전국 지방의원중 최우수의원으로 선정된 바 있는데, 이제 평의원이 아닌 의장으로서 이러한 노하우를 살려 동료의원들을 베스트의원으로, 동구의회를 최우수의회로 만들고 싶다.”


- 중요한 판단, 또는 (행정의)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는가?


“선진행정으로 성공한 국내외의 지자체 사례들을 매일 서너시간씩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끊임없이 탐색한다. 차량이동중에도 관련 서적을 비치하여 수시로 본다. 그렇지만 우리 실정에 맞는 현안에 대해서는 뭐니뭐니해도 많은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 전문가나 공무원들의 조언은 필수라고 본다.”


- 어려움이 있을 때,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 있는가?


“먼저 포괄적으로는 책과 인터넷을 통해 조언을 구하고, 실무에 있어서는 자별하게 지내는 역대 성공적인 선배 의장과 학연계의 지방자치 전문가들에게서 자문을 구한다.”


- 좌우명(생활신조)은.
“노자 『도덕경』의 〈지상용 용내공(知常容 容乃公)〉이다. 많은 것을 알면 너그러워기고, 너그러워지면 공평해진다.”


- 애창곡(18번)은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다. 노랫말중에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순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처럼 타올라야지 묻지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그 얼마나 멋진가!“


- 취미는?
“‘여행!’, 하지만 바쁘다보니 못간지 꽤 오래된다.”


- 살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초교와 고교때 공직생활을 하던 선친과 장형을 여의어 사춘기를 힘겹게 지났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서 나보다 더 서글픈 인생을 사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홀로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강해지기 위해서 육군 학사장교를 지원했다.”


-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나?


“몇가지 배우고자 했지만, 손가락이 짧아 포기했다. 이런 심정 모르고 남들은 부지런한 손이라나!”


- 단골 집은?


“58년 개띠답게 음식을 안가리다 보니, 공평하게(?) 골고루 다 다닌다. 심지어 머리깎을 때도 지역내 이미용실이라면 아무데든 머리를 디민다.”
 
디트뉴스 2010.9.14(화)일자 지상현 기자